사우디 점유율 2·3위 현대차·기아
생산거점 확보로 1위 도요타 추격
장재훈 부회장 "국내투자도 확대"
작년보다 19% 늘려 '역대 최대'
현대자동차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손잡고 현지에 연 5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합작공장을 짓는다. 사우디아라비아 공장은 현대차가 중동 내 짓는 첫 번째 생산거점으로 내년 4·4분기 양산에 돌입한다. 미국과 유럽, 인도, 동남아시아, 중남미에 이어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동 지역에도 생산거점을 확보해 글로벌 점유율 확장에 적극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해외 투자뿐만 아니라 국내 투자도 대폭 늘린다. 현대차는 올해만 25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제고에 나설 방침이다.
■주요 대륙 생산거점 완성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킹살만자동차산업단지에 위치한 현대차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법인(HMMME) 부지에서 공장 착공식을 마친 후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글로벌 성장이 제일 우선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비롯한 미국 신공장과 인도 지역에도 추가 생산능력을 확충한 데 이어 이번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공장 구축으로 국내 사업장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장 부회장은 "해외 투자로 인해서 국내 투자가 소외되거나 위축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에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20조4000억원보다 약 19%를 더 증액했다. 향후 4년간 31조원 투자계획을 밝힌 미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장 부회장의 설명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생산거점 중에서도 가장 많은 차량을 생산하는 곳은 여전히 한국이다. 현대차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차량은 185만8136대로 인도(76만7000대), 미국(36만1632대), 체코(33만890대) 등 주요 해외 공장 생산량을 압도한다.
기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154만8219대의 차량이 만들어져 미국(34만4100대), 슬로바키아(35만1270대), 멕시코(27만700대) 등을 훌쩍 뛰어넘었다. 아울러 현대차는 울산에 수소연료전지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연내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기아도 경기 화성에 첫 번째 목적기반차(PBV) 전용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도요타 제치고 1위 노린다
현대차는 사우디아라비아 생산공장을 교두보 삼아 2030년 300만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중동 시장과 더 나아가 아프리카 시장까지 공략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브랜드 인지도는 이미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판매량(소매 기준)도 지난 2022년 9만1510대에서 2024년 13만5878대로 3년 새 48.4% 급증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판매업체별 점유율은 28.0%인 일본 도요타에 이어 현대차가 15.6%로 2위, 기아가 7.6%로 3위다. 현대차·기아 합산 점유율은 23.2%로 1위 도요타와의 격차가 4.8%p에 불과하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물량은 주로 인도 등에서 생산해 들여왔다. 내년 4·4분기 신공장을 완공하고 생산이 본격화할 경우 높아지는 현지 수요에도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될뿐더러 물류비 등 생산비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점유율 1위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오일머니 등 구매력이 높아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며 "현대차 중동 판매물량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물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만큼 사우디아라비아로 한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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