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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인천항 5만5000t을 실은 ‘곡류 전용 선박’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중부지역본부 검역관의 선상검역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최용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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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인천항에서 ‘곡류 전용 선박’에서 검역관이 선상검역을 진행하고 있다. 흰 천을 펼친 뒤 밀을 채 위에 두고 흔들었다. 채 위에 밀은 남고 밑으로 병해충만 떨어진다. 사진=최용준 기자 |
[파이낸셜뉴스] “이 배에서 병해충 한 마리만 나와도 전부 소독한다.”
지난 15일 인천항에는 미국산 소맥(밀) 5만5000t을 실은 ‘곡류 전용 선박’이 멈춰 섰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선상검역 절차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화물을 적재하는 선박 내 공간인 ‘홀드’에는 밀이 모래언덕처럼 쌓여 있었다. 검역관 두 명이 사막을 오르는 군인처럼 ‘밀 언덕’을 올랐다. 홀드 모서리를 따라 걷자 발목까지 밀이 푹푹 빠졌다. 흰 천을 펼친 뒤 한 주먹 정도 되는 밀을 채 위에 두고 흔들었다. 채 위에는 밀만 남고 병해충은 아래로 떨어지도록 한 것이다. 홀드 1개에 담긴 8000t 규모의 소맥 속에서 티끌만 한 병해충 한 마리만 발견돼도 배 전체를 소독한다.
이재봉 중부지역본부 식물검역과 계장은 “선상검역은 옥수수, 밀 등 곡류를 실은 선박에 들어가 검역을 하는 것이다. 현장 검역 결과 병해충이 검출되지 않으면 합격 증명서를 발행한다”며 “반면 현장 검역 시 해충이 발견되면 실험실 정밀 검역을 실시하고, 그 결과 병해충이 발견되면 소독 후 합격하거나, 소독이 불가능한 경우 폐기 또는 반송 조치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인천항 곡류 선상검역은 270만t으로 전국의 43%를 차지한다. 사료류는 401만t으로 전국의 25%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중부지역본부 검역관들은 선박뿐만 아니라 공항, 냉장창고 등도 오가며 검역 활동을 벌였다. 인천 중구 프로젠스 보세창고에서는 화훼류·채소류에 대한 식물검역이 진행됐다. 이곳은 중국 및 동남아시아에서 수입된 신선 농산물이 주로 들어오는 곳이다. 중점 관리 품목 17개를 지정해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특별검역 기간도 운영한다. 중부지역본부는 전국 채소류의 22.9%를, 전국 화훼류의 53.6%를 검역한다. 주요 채소 품목은 양상추, 브로콜리, 표고버섯, 당근, 우엉 등이고, 화훼류는 국화, 카네이션, 장미 등의 절화가 중심이다.
이날 검역관들은 중국산 국화 절화와 마늘종을 검역했다. 흰 국화꽃을 흰 천 위에 대고 두드려 총채벌레가 있는지 확인했다. 총채벌레는 검은색이라 흰 배경 위에서 식별이 쉽다. 돋보기를 사용해 정밀하게 관찰하기도 했다. 마늘종은 총채벌레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꽃봉오리 부분을 칼로 잘라 들여다봤다. 지정연 식물검역과 검역관은 “수입산 식물이 컨테이너로 들어오면 하역 후 보세창고에 적재한다. 창고에서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해 검사한다”며 “현장 검역관이 병해충 부착 여부를 확인한다. 일부 품목은 현장 검역 후 즉시 통관되며, 일부는 실험실에서 정밀 검역이 필요한 품목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와 고물가로 먹거리 가격 불안이 커지면서 검역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수입 농산물을 적기에 들여오는 정부 정책이 시급하다. 동시에 수입되는 농식품을 통해 각종 전염병과 해충이 유입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수출입 검역 건수는 232만3000건, 물량은 3565만9000t으로 전년 대비 각각 61%, 4% 증가했다.
특히 정부가 농식품 물가 안정을 위해 할당관세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신속하고 철저한 검역이 더욱 중요해졌다. 할당관세란 농림축산물의 원활한 수급과 국내 가격 안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조정·운영하는 제도다. 기본 세율 40% 범위 내에서 관세를 올리거나 낮출 수 있으며, 현재 49개 품목에 할당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농축산물 중에는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등 13개 품목, 사료 원료 중에는 옥수수, 겉보리 등 12개 품목이 포함된다.
김정희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외래 가축 질병과 외래 병해충으로부터 국내 농업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기본적인 소명”이라며 “검역에 대해 일각에서는 수입국은 정당한 권한의 행사라고 보고, 수출국은 비관세 장벽이라 주장하지만 국제 사회 모든 나라는 식물 방역의 국제 규범인 국제식물보호협약(IPPC)을 존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엑스레이로 화물을 확인하는 등 검역 시스템 선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 이익을 노리고 불법 반입을 시도하는 사업자들의 적발이 늘어나면서, 방역수사단도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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