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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22일 오후 경남 양산시 양산워터파크공원에서 시민들에게 사전투표 독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
[파이낸셜뉴스]
"닭 죽을 팔지 말고 커피와 차를 팔아라. 닭 죽은 땀흘려 팔아봐야 3만원 남는데 커피는 원가가 120원이더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6일 전북 군산에서 열린 유세 도중 2019년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 불법 영업을 정비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한 발언이다.
결론 부터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당시 커피 '원두 가격'으로만 따지면 어느 정도 맞지만, 커피 원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사정은 달라진다. 커피 원가는 원재료 뿐만 아니라 임대료, 인건비, 고정비 등 여러 요소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후보는 '커피 원가'를 말했다.
이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의 후폭풍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경제에 대한 개념이 없다", "커피 업계를 바가지 씌우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2019년 봄 기준 커피 원두값만 언급한 것'이라 해명했다.
당시 이 후보는 발언을 되짚어보면 "닭죽을 팔지 말고 커피와 차를 팔아라. 5만원 주고 땀 흘리며 닭을 한 시간 고아서 팔아봐야 3만원밖에 안 남지 않는다. 커피 한 잔 팔면 8000원에서 1만원을 받을 수 있다. 원가를 내가 알아보니까 120원이더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커피업계는 '커피 원가'가 120원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커피 한 잔의 원가는 원재료, 매장 임차료, 재료비, 인건비, 매장 운영비 등으로 나뉜다. 커피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4000~5000원 커피 한 잔을 팔면 남는 돈은 약 6%~10% 수준이다.
실제, 국내 주요 A커피 프렌차이즈의 지난해 연간 영업 이익도 약 6%이다.
원재료비의 경우 커피의 품종, 원산지, 품질 등급에 따라 다르다. 다만, 한잔 당 원두 원가는 약 500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물, 얼음 등을 포함하면 600원~800원 수준이다. 여기에 커피를 만드는 직원들의 인건비와 임대료, 카드수수료,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등 공과금 등이 더해진다.
다만, 이 후보가 언급한 120원이 '커피 원두' 가격만을 언급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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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서구 코엑스마곡에서 열린 카페디저트페어에서 참가 업체 관계자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뉴시스 |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뉴욕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아라비카 커피 원두 가격은 최근 거래일 기준 1파운드당 3.65달러(약 5000원~5100원)다. 1파운드(453g)에서 커피 1잔당 들어가는 평균 원두 15~30g 가격으로 가정하면 커피 원두 원가는 대략 169원~340원이다. 6년 전인 2019년에 원두 가격이 더 저렴했다.
이 후보도 최근 열린 TV토론에서 "제가 말한 건 커피 원재료값이다. 2019년에는 120원 정도 한 게 맞다"고 주장했다. 경기 의정부 현장 유세에서도 "120원짜리 커피를 8000원에 바가지 씌운다는 식으로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조작해 자영업자를 비하했다고 얘기하는 건 정말 잘못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커피 업계는 유력 정당의 대선 후보가 "기본 경제 개념 조차 없이 원재료 가격 하나만 언급하며 마치 커피 업계가 폭리를 취하는듯 한 발언이 자영업자들은 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커피 업계 한 관계자는 "이 후보의 발언은 그렇지 않아도 생존 경쟁이 심각한 커피 업계가 마치 폭리를 취하는 것 처럼 매도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전국커피점업주연대도 강하게 반발했다. 커피연대는 최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실을 무시한 채 현장에서 땀 홀리는 자영업자들의 노고를 폄하하는 발언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며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고 국민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안일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커피 원가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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