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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의 분노.. 李 후보 커피 원가 '120원' 논란 따져보니 [이슈분석]

파이낸셜뉴스 2025.05.24 07:59 댓글 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22일 오후 경남 양산시 양산워터파크공원에서 시민들에게 사전투표 독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22일 오후 경남 양산시 양산워터파크공원에서 시민들에게 사전투표 독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닭 죽을 팔지 말고 커피와 차를 팔아라. 닭 죽은 땀흘려 팔아봐야 3만원 남는데 커피는 원가가 120원이더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6일 전북 군산에서 열린 유세 도중 2019년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 불법 영업을 정비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한 발언이다.

결론 부터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당시 커피 '원두 가격'으로만 따지면 어느 정도 맞지만, 커피 원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사정은 달라진다. 커피 원가는 원재료 뿐만 아니라 임대료, 인건비, 고정비 등 여러 요소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후보는 '커피 원가'를 말했다.

이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의 후폭풍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경제에 대한 개념이 없다", "커피 업계를 바가지 씌우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2019년 봄 기준 커피 원두값만 언급한 것'이라 해명했다.

당시 이 후보는 발언을 되짚어보면 "닭죽을 팔지 말고 커피와 차를 팔아라. 5만원 주고 땀 흘리며 닭을 한 시간 고아서 팔아봐야 3만원밖에 안 남지 않는다. 커피 한 잔 팔면 8000원에서 1만원을 받을 수 있다. 원가를 내가 알아보니까 120원이더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커피업계는 '커피 원가'가 120원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커피 한 잔의 원가는 원재료, 매장 임차료, 재료비, 인건비, 매장 운영비 등으로 나뉜다. 커피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4000~5000원 커피 한 잔을 팔면 남는 돈은 약 6%~10% 수준이다.

실제, 국내 주요 A커피 프렌차이즈의 지난해 연간 영업 이익도 약 6%이다.

원재료비의 경우 커피의 품종, 원산지, 품질 등급에 따라 다르다. 다만, 한잔 당 원두 원가는 약 500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물, 얼음 등을 포함하면 600원~800원 수준이다. 여기에 커피를 만드는 직원들의 인건비와 임대료, 카드수수료,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등 공과금 등이 더해진다.

다만, 이 후보가 언급한 120원이 '커피 원두' 가격만을 언급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서울 강서구 코엑스마곡에서 열린 카페디저트페어에서 참가 업체 관계자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뉴시스
최근 서울 강서구 코엑스마곡에서 열린 카페디저트페어에서 참가 업체 관계자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뉴시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뉴욕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아라비카 커피 원두 가격은 최근 거래일 기준 1파운드당 3.65달러(약 5000원~5100원)다. 1파운드(453g)에서 커피 1잔당 들어가는 평균 원두 15~30g 가격으로 가정하면 커피 원두 원가는 대략 169원~340원이다. 6년 전인 2019년에 원두 가격이 더 저렴했다.

이 후보도 최근 열린 TV토론에서 "제가 말한 건 커피 원재료값이다. 2019년에는 120원 정도 한 게 맞다"고 주장했다. 경기 의정부 현장 유세에서도 "120원짜리 커피를 8000원에 바가지 씌운다는 식으로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조작해 자영업자를 비하했다고 얘기하는 건 정말 잘못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커피 업계는 유력 정당의 대선 후보가 "기본 경제 개념 조차 없이 원재료 가격 하나만 언급하며 마치 커피 업계가 폭리를 취하는듯 한 발언이 자영업자들은 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커피 업계 한 관계자는 "이 후보의 발언은 그렇지 않아도 생존 경쟁이 심각한 커피 업계가 마치 폭리를 취하는 것 처럼 매도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전국커피점업주연대도 강하게 반발했다. 커피연대는 최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실을 무시한 채 현장에서 땀 홀리는 자영업자들의 노고를 폄하하는 발언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며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고 국민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안일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커피 원가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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