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나 작가 원작 애니메이션, 日 토에이 제작  |
알사탕 보도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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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탕 보도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파이낸셜뉴스] “영감을 준 아들이 당시 초등학생 1학년이었는데 벌써 고3 수험생이 됐다.”
3D 애니메이션 ‘알사탕’의 원작자인 백희나 작가가 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와시오 다카시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백 작가는 “스크린에선 동동이가 아직도 그대로인 모습을 보면서 고맙고 반가웠다”며 “사실 영화는 부산영화제부터 미국 뉴욕 등지에서 상영돼 여러 차례 봤는데 오늘 또 감동했다. 우리 프로젝트가 여기까지 왔구나 싶어 이 자리가 유난히 긴장되고 설렌다”며 개봉을 앞둔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드래곤볼’ ‘소년탐정 김전일’ 등을 선보인 니시오 다이스케 감독이 연출하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 제작진이 협업한 이 작품은 백 작가의 그림책 ‘알사탕’과 ‘나는 개다’를 바탕으로 했다. 특히 ‘알사탕’은 ‘사탕을 먹으면 사람의 마음이 들리는’ 독특한 설정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20분 43초로 완성된 이 애니는 원작의 독특한 그림체와 정서, 감동을 생생히 살려냈다. 마치 그림책을 뚫고 나온 동동이와 반려견 구슬이 캐릭터부터 한국의 골목길을 옮겨 놓은 듯한 도시 풍경 그리고 아빠의 잔소리가 “사랑해 사랑해”로 번역되는 원작의 감동까지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완성도 높은 3D 애니메이션으로 거듭났다. 올해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이미 인정받았다.
프로듀서를 맡은 일본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와시오 타카시 프로듀서는 “처음 ‘알사탕’을 접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며 “기존에 보지 못한 클레이 기법으로 만든 그림책이었고, 이야기의 깊이도 인상 깊었다. 단편이라 상업성은 크지 않았지만 너무 만들고 싶어 회사를 설득했다”고 제작 비화를 밝혔다. “좋은 작품을 만들면 된다는 믿음으로 시작했지만 아카데미 후보 지명까지는 전혀 예상 못 했다”며 예상 밖 성과도 언급했다.
원작자인 백 작가 역시 “상업적인 목표보다는 의미 있는 결과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시작했다”며 “그림책을 만들 때도 수상 등 결과보다는 작품의 완성도를 우선시한다.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작품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원작의 독창성, 한국적 정서 살려내
백 작가는 이날 차음 영화화 제안을 받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토에이 애니메이션 작품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제안받고 굉장히 기뻤지만, 쉬워 보이고 싶지 않아 염려되는 부분을 먼저 말씀드렸다”며 웃으며 말했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제작하면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잃을까 봐 걱정된다고 했더니 모델링을 해서 먼저 보여 줄 테니 보고 결정하라고 했다”며 “그 작업이 거의 1년가량 걸렸다”고 돌이켰다. 이후 서로 소통하며 신뢰가 두터워졌다. 제작진은 원작자의 피드백을 적극 수정해 줬고, 토에이 측에서 작성한 대본 역시 작가의 감수를 일일이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원작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느껴졌다”는 게 백 작가의 설명이다.
백 작가는 또 “한국 어린이들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원작이 일본 오리지널 작품으로 오해될까 봐 염려됐다”며 “제작진이 한국적 배경과 정서,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잃지 않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는 모습을 봤다. 프로듀서께서는 한글 공부도 하셨는데, 원작을 깊이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봤다”며 제작진이 보여준 진심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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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알사탕' 시사 간담회에서 원작자인 백희나 작가(오른쪽)와 와시오 다카시 프로듀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작품은 백 작가의 동화책을 원작으로 한 일본 애니로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 부문 후보에 올랐다. 연합뉴스 |
와시오 프로듀서는 “무의식적으로 일본 아이처럼 표현될까 봐 걱정했다”며 “동동이가 한국 아이로 보이도록 원작자와 긴밀히 협의했다”고 말했다. “원작자에게 한국엔 언덕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언덕에서 본 대도시 풍경으로 작품을 시작했다. 또 제가 감독에게 한국에서 까치를 많이 봤다고 했는데 감독이 그걸 주의 깊게 듣고 작품에 반영했다. 만약 여러 차례 로케이션을 하지 않았다면 까치 대신 까마귀가 등장했을 수도 있다”고 한국문화를 투영하기 위해 애쓴 과정을 언급했다.
백작가는 이날 “동동이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땐 정말 ‘알사탕’을 먹은 듯한 감동을 받았다"며 "작업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동동이 목소리를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와시오 프로듀서는 “새 프로젝트로 한국 웹툰 기반의 애니메이션도 준비 중”이라며 “좋은 원작이 있다면 국적에 상관없이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 만드는 게 맞다”고 자신의 작품 기획 철학을 밝혔다.
마지막 백 작가는 ‘알사탕’에 대한 관심을 바라며 “이 작품이 아이들에게 첫 극장 경험이 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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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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