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 기준 9.3점, 관객 66만 돌파
특징 셋...서킷 촬영에 추억의 이름도
로터스가 궁금하다, 대표 자동차는
로고 변화도 재밌네, 사업도 쏠쏠 세계 3대 스포츠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인기가 많지만 유독 국내에는 인기가 없는 ‘F1’. 선수부터 자동차, 장비, 팀 어느 것 하나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는 그 세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격주 주말, 지구인들을 웃고 울리는 지상 최대의 스포츠 F1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때로는 가볍고 때로는 무거운 주제들을 다양하게, 그리고 어렵지 않게 다루겠습니다. F1 관련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를 원하신다면, ‘권마허의 헬멧’을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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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더 무비' 스틸 컷. 뉴스 1 |
[파이낸셜뉴스]
지난 25일이죠. 배우 브래드 피트가 주연으로 참여한 영화 'F1:더 무비'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4일 기준 메가박스 기준 평점 9.3에 누적 관객수도 벌써 66만명을 넘어섰습니다.
톰 크루즈가 출연한 '탑건'의 레이싱 버전이라는 입소문도 돌고 있다고 합니다. 권마허의 헬멧 이번화에서는 6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흥행을 예고한 F1 영화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진짜 서킷이었어?"...영화 특징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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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브레드 피트 주연 영화 'F1 더 무비' 비하인드 시리즈4 영상 일부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
이 영화의 특징은 크게 'F1 서킷에서 촬영해 높은 현실감이 있다', '실제 이야기다', '추억의 이름들이 나온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은 은퇴한 베테랑 드라이버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가 젊은 신예를 지도하며 복귀하는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일부 각색이 있습니다만, 실제 이야기를 참고했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극 중 헤이스는 1993년 팀 로터스 소속으로 데뷔를 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지만, 로터스 ‘타입 102’ 차량으로 스페인 헤레즈 서킷 주행 중 일어나는 사고로 10여년 간 F1 무대를 벗어나게 됩니다. 1990년 스페인 그랑프리에서 있었던 팀 로터스 소속 마틴 도넬리 사고를 오마주한 것이죠.
이 사고는 헤레즈 서킷 문을 닫는 여러 계기 중 하나가 됐습니다. 지난 1985년 개장 후 지속적으로 언급되던 접근성 문제 등과 사건이 겹치며 이런 결과를 낳게 됐습니다. 이후 1991년부터 지금까지 F1 스페인 그랑프리와 최상위 이륜차 대회 모토 GP 카탈루냐 그랑프리가 열리는 곳이 바르셀로나-카탈루냐 서킷이 됐습니다.
소니 헤이스가 있었던 팀 로터스, 어떤 팀인지 궁금해집니다. 팀 로터스는 1958년부터 1994년까지 F1 무대에서 활약, 6번의 컨스트럭터 챔피언십(1963년, 1965년, 1968년, 1970년, 1972년, 1973년)과 7번의 드라이버 챔피언십(1963년, 1965년, 1968년, 1970년, 1972년, 1973년, 1978년)을 차지한 '전설적인 레이싱 팀'입니다. 창립자 겸 천재 엔지니어 콜린 채프먼은 자신만의 제조 철학 아래 수많은 기술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채프먼의 철학 "단순화하고, 경량화하라'(Simplify, then add lightness)는 모터 스포츠에도 동일하게 적용됐습니다. 1962년 로터스 ‘타입 25’를 통해 F1 최초로 모노코크 섀시 구조를 적용한 것을 시작으로 리어 윙 설계, 그라운드 이펙트 기술 등을 적용하며 오늘날 F1 머신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로터스, 대표 차부터 전성기까지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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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로터스 소속 선수가 로터스 49를 타고 서킷을 질주하고 있다. 로터스 홈페이지 |
로터스 25가 경량화에 집중했다면, 1967년 나온 '로터스 49'는 역사상 첫 번째 로터스 V8 엔진을 탑재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엔진은 포드와 코스워스가 협력해 개발했는데 F1에서 대량 생산을 목표로 처음 설계된 엔진 중 하나입니다. 이 엔진은 400마력 이상의 힘을 냈다고 전해지는데, 경쟁사 엔진 성능을 크게 압도했다고 합니다.
이후 1977년 소개한 로터스 79는 공기역학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특히 '그라운드 이펙트'(차량 바닥과 도로 사이의 공기 흐름을 이용해 차량이 더 강한 다운포스를 만들어내는 기술)를 최초 적용, 차량의 노면 접지력을 획기적으로 향상한 차이기도 합니다. 팀 로터스의 전성기는 1960~1970년대 입니다. 드라이버 챔피언십,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을 차지한 것도 모두 이 시기죠.
영원할 것 같았던 팀에 위기가 온 건 1980년대부터 입니다. 창립자 채프먼이 1982년 사망하면서 급격하게 성적이 떨어졌고, 팀의 기술력과 혁신도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986년 회사 경영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1994년 F1에서 완전 철수하게 됩니다.
이 영화에는 전설의 이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권마허의 헬멧에서도 한 번 다뤘던 아일톤 세나, 짐 클라크, 마리오 안드레티, 에머슨 피티팔디 팀 로터스에서 뛰었던 선수들도 대거 등장합니다.
아일톤 세나는 1985~1987년 로터스에서 뛰었고 지미 클라크는 1960년대 로터스에서 뛴 선수입니다. 클라크는 1963년과 1965년 드라이버 챔피언십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마리오 안드레티는 1978년, 에머슨 피티팔디는 1972년 챔피언십을 각각 차지했습니다. 마리오 안드레티는 로터스 79로 1978년 시즌을 우승한 선수이기도 합니다.
선수들의 운전 스타일을 볼까요. 세나는 공격적인 스타일, 클라크는 차분하고 기술적인 스타일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드레티는 고속 코너링을 즐겼으며 피티팔디는 기술적인 스타일로 유명했죠. 그때 경기도 생중계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업도 쏠쏠"...색깔 활용해 로고 제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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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로고의 역사. 로터스 홈페이지 |
유럽차들을 자세히 보면, 국가별로 강조하는 색상이 있습니다. 파란색의 프랑스, 흰색과 은색의 독일, 초록색의 영국이 대표적입니다. 로터스는 이 '색깔'을 활용해 사업적으로도 쏠쏠한 수익을 남겼습니다.
로터스 자동차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색은 금색과 검은색이 있습니다. 금색 띠와 검정 배경으로 브랜드 로고를 만들었는데요, 1970년대부터 영국 담배회사 스폰서십을 받고 진행한 '존 플레이어 스페셜'은 오늘날 F1 차에 수놓은 로고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브랜드 스폰서에 따라 바뀐 팀 로터스의 리버리(외관 디자인)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습니다. 1987년부터 1990년까지 한시적으로 진행한 노란색 배경에 파랑 로고는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다지인 중 하나입니다.
1994년 호주 그랑프리 이후 F1에서 사라졌던 로터스의 명맥은 2010년부터 다시 한번 이어졌습니다. 2시즌 동안 있었던 말레이시아 자본 팀 로터스와 2011년부터 4시즌 활약한 로터스-르노 GP입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 영암에서 F1이 열렸으니 많은 팬들이 아직 로터스를 기억할 겁니다. 참고로 2011년 말레이시아 자본 팀 로터스는 상표권 분쟁과 경영난 등에 휩싸이며 2시즌 만에 사라졌습니다.
그 후 그 팀은 '케이터햄' 팀으로 활동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이진 못했습니다. 존재감 여전...韓서도 볼 수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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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경기 고양의 로터스자동차코리아 서비스센터에서 촬영한 미드십 스포츠카 에미라(Emira) 2.0 터보 외관. 로터스차코리아 제공 |
로터스가 현재 F1에 참가하지는 않고 있지만, 여전히 도로 위와 트랙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드십 스포츠카 에미라, 하이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엘레트라, 하이퍼 GT 에메야 등이 대표적이죠. 로터스는 지난 수십 년간 변화해 온 자동차 산업 속에서도 모터스포츠 경험을 살린 경량화, 핸들링, 그리고 운전자 중심 설계를 뚝심 있게 이어갔습니다.
모터스포츠 활동을 아예 포기한 건 아닙니다. 2021년에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의 국제 전기차 오프로드 레이싱 시리즈 '익스트림 E'에, 올해는 ‘팀 로터스’ 명칭을 자사 모터스포츠 디비전에 각인시키기도 했습니다. 현재 브리티시 GT4, 이탈리안 챔피언십, 유로 시리즈 GT4 참여 팀들에 에미라 GT4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앞선 연재에서 언급했지만, 모터스포츠는 각 브랜드들이 자신의 기술력을 시험하고, 입증하고, 일반 승용차에 적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로터스도 이를 알고 여기 저기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팀 로터스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미드십 스포츠카 에미라 입니다. 참고로 에미라는 올해 하반기 대규모 연식 변경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강남 도산대로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근처에 가면 한 번 둘러 봐야겠습니다.
최근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아직 오스트리아 GP를 못 봤습니다. 구독자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바쁜 일 모두 끝내고 열심히 봐서 리뷰 연재도 하겠습니다. 모든 피드백을 환영합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도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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