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물가 전년比 2.2%↑…생활물가 체감 부담 여전
고물가에 움츠렸던 소비, 유통가 할인에 몰려
"할인행사 오픈 전 100여 명 대기"…삼겹살은 5분 만에 동나
3480원 치킨엔 인파 몰려 실랑이까지  |
평일인 지난 4일 오전 이마트 용산점 오픈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이마트 제공 |
[파이낸셜뉴스] "요즘 물가가 너무 비싸서 할인 기간만 기다렸다가 장을 몰아서 봐요."
지난 4일 오전 서울 이마트 용산점. 특가상품을 사기 위해 아이와 함께 오픈 전부터 기다렸다는 30대 김모씨는 "이전에는 식재료가 떨어지면 그때그때 (정가에) 장을 보는 게 당연했지만, 이제는 세일 기간이 아니면 부담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대규모 할인 행사 '고래잇페스타'가 열린 용산점은 개장 전부터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픈 전에 이미 100여명의 인파가 몰려 직원들이 질서 정리를 위해 배치됐다"고 했다.
오픈과 동시에 가장 먼저 줄이 몰린 건 평소 대비 60% 가량 저렴한 삼겹살 코너였다. 100g당 1190원에 판매된 국내산 삼겹살은 오픈 5분도 지나지 않아 품절됐다. 담당 직원이 길게 늘어선 대기행렬을 향해 "더 이상 줄을 서도 물량이 동나 구매하실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자 일부 고객들은 아쉬운 탄성을 터뜨렸다.
삼겹살 구매에 실패한 60대 김모씨는 "평일 오전에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몰릴 줄은 몰랐다"며 "삼겹살은 놓쳤지만 애호박은 건졌다. 며칠 전에 개당 1500원 가량에 구매했는데 오늘은 990원이라 바로 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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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이마트 용산점에서 고객들이 '삼겹살 오픈런'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김현지 기자 |
또 인파가 몰린 곳은 3480원에 국산 8호 닭 한 마리를 8조각으로 나눠 제공하는 '어메이징 완벽치킨' 코너였다. 고객들이 몰리다보니 구매를 위한 번호표를 시간대별로 배부하는 방식으로 판매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에 이미 12시 표가 모두 소진됐다. 번호표를 받기 위한 줄에서 실랑이가 벌어질 정도로 수요가 몰렸다.
40대 박모씨는 "12시 치킨을 받으려고 10시 20분부터 30분 넘게 기다리고 있다"며 "시켜 먹으려면 기본 2만원이 넘는데, 이런 불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삼겹살, 물회, 복숭아 등 여름 시즌에 수요가 몰리는 품목 위주로 행사를 진행한 것이 오픈런 등 고객 수요가 몰린 데 주효했다"며 "고래잇 페스타 기간 동안 매출은 평상시 대비 최대 80%까지 늘어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할인율이 낮은 주류, 화장품, 장난감 등 품목은 극히 적은 고객들만 찾으면서 한산한 모습이었다.
같은 날 롯데마트 서울역점에는 초복(오는 20일)을 앞두고 통닭 수요가 몰렸다.
60대 김모씨(서울 중구)는 "세일기간이래도 가격만 따지면 근처 만리동 시장이 더 싼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통닭은 마트가 포장이 깔끔해서 자주 사러 온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6일부터 '통큰세일'을 진행하고 있는 롯데마트는 1주차 행사기간(6월 26~30일)동안 전체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15년전 가격 그대로 판매한 '통큰치킨' 등 초저가 상품의 인기가 행사 기간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고 했다.
이처럼 고물가 장기화로 누적된 먹거리 부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대형마트 세일 기간에만 몰아서 장을 보는 일명 '쟁여두기'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평소와 달리 대형마트는 할인 기간마다 '오픈런(개장 전에 미리 입장을 위해 줄을 서는 것)'이 발생하면서 위축된 소비심리를 대변하고 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해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을 따로 추린 '생활물가지수'의 상승률은 2.5%로 더 높다. 일반 국민의 체감 물가, 일명 '장바구니 물가'가 높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와 경기 둔화 흐름 속에서 대형 할인행사에 소비자 수요가 몰리면서, 향후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 등 민생 회복 정책이 내수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기대했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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