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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에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 신제품 미디어 브리핑에서 관계자가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의 올해 2·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면서, 코스피 전체 실적 전망에 적신호가 켜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예상치 하회는 단일 기업 차원을 넘어 시장 전체의 실적 하향 조정을 유발할 수 있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일 삼성전자는 2·4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4조6000억원으로 발표했다. 이는 기존 시장 컨센서스(6조9000억원)를 25.6% 하회한 수치로, 2023년 1·4분기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한국투자증권 염동찬 연구원은 "6월 이후 실적 전망치가 점진적으로 하향되기는 했으나, 5조원 미만의 수치를 제시한 증권사는 전무했다"며 "이번 실적은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부진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 실적은 한국 증시 어닝시즌의 첫 타자로, 나머지 상장기업들의 실적 흐름을 가늠하는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삼성전자의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한 경우,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200 기업들의 실적도 82.4%의 확률로 컨센서스를 밑돌았다. 계절적 비수기인 4·4분기를 제외하더라도, 삼성전자와 코스피200의 실적 방향이 일치할 확률은 약 66.7%에 달한다. 즉, 삼성전자가 부진하면 한국 기업 전반의 실적도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 실적 발표 이후에도 코스피 전체 이익 전망치는 크게 조정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SK하이닉스 등 일부 기업은 실적 전망이 오히려 상향 조정되며, 시장 전체의 하향 조정을 상쇄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반기 들어 본격화될 실적 발표 시즌에서 추가적인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염 연구원은 "삼성전자 발표 이후 아직 전체 실적 조정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시장 전반의 실적 눈높이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향 조정은 시간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경우 주가수익비율(PER) 등 주요 밸류에이션 지표에 대한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은 10.5배 수준이다. 이는 과거 중위수인 10배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지만, 이익 추정치가 낮아질 경우 주가가 그대로일 때 PER은 오히려 상승하게 된다.
염 연구원은 "주가가 유지되더라도 이익이 줄면 PER이 상승하며 밸류에이션 매력은 감소하게 된다"며 "현재 코스피가 고평가 구간은 아니지만, 이번 삼성전자의 부진은 시장 전체에 밸류에이션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부진은 단순한 일회성 이슈가 아니라,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과 연결된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며 "이 경우 다른 IT 및 제조 대기업에도 실적 조정 압력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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