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편의성 향상 취지에도
되레 디지털 격차 느낄수도 있어
"구형 단말기 지원 늘릴 것"
"폰 바꿀 돈도 없는데 모바일 신분증은 설치조차 안 되네요. 벽돌폰이 된 기분이에요"
서울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32)는 7년이 넘은 보급형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정부가 모바일 신분증 발급을 확대했지만, NFC기능이 없는 구형폰 사용자에겐 그림의 떡이다. 그는 "최신폰이 없으면 주민도 아닌가요"라며 씁쓸한 농담을 던졌다.
정부는 이달 말부터 네이버·카카오·토스·농협·국민은행 등 5개 민간 앱에서도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외국인등록증을 발급할 수 있도록 한다. 민간 플랫폼과 연계해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NFC 기능이 없는 김모씨의 스마트폰의 경우 QR코드로도 모바일 신분증 발급이 가능하다.
정부 모바일 신분증은 기존 통신 3사의 PASS 앱과 법적 효력에서 차이가 있다. PASS 앱은 민간 인증에 그치지만,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법상 실물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일부 정보만 골라 보여주는 선택적 표출 기능도 제공된다.
그러나 정책 확대에도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실 관계자는 "삼성의 TEE(보안 저장영역)는 안드로이드 14, One UI 6.1 이상 기기에서 최적화돼 일부 구형폰에서는 민간 앱 간 충돌로 기능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안에 대한 시민 불안도 여전하다. 해킹 사고가 빈번하다 보니, 모바일 신분증 역시 언제든지 유출될 있다는 우려다.
외국인등록증의 디지털 전환 역시 실사용자 체감은 낮다.
서울 외국인 이주민센터 관계자는 "고령 외국인이나 IC칩이 없는 등록증을 가진 경우, 앱 설치나 본인인증 절차를 이해하지 못해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베트남 유학생 A씨(20대)는 "절차가 복잡해 실물 등록증을 그대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확장만으로는 정책 정착이 어렵다고 진단한다. 최경진 개인정보전문가협회장 겸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모바일 신분증은 주민등록번호 전체를 저장하지 않고 필요한 정보만 노출돼 개인정보 보호에는 강점이 있다"면서도 "외국인은 선불폰 사용 등으로 본인확인 신뢰성이 낮고, 구형폰은 보안 체계상 인증이 어려워 디지털 격차가 고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역시 "정책이 정착되려면 기술보다 신뢰와 책임이 뒷받침돼야 하며, 사회적 포용을 고려한 일관된 설계 원칙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디지털정부혁신실은 "모바일 신분증은 단말기 내 보안 저장소에만 암호화돼 저장되고, 중앙 서버에는 개인정보가 남지 않도록 설계됐다"며 "보안성과 함께 구형 단말기, 외국인 사용자 대상 지원도 점차 늘리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개인정보 유출' 공포심에 대해서도 과장된 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황 교수는 "모바일 신분증의 보안 수준은 네이버·카카오 등 민간 인증서와 유사하다"며 "기술 자체보다 국민이 느끼는 불안을 줄이는 정책적 신뢰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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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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