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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불교계 섹스 스캔들의 중심 인물인 윌라완 엠사와트(왼쪽). 오른쪽은 스캔들에 연루돼 승단을 떠난 한 고승. 출처=더타임스 |
[파이낸셜뉴스] 태국에서 한 여성이 스님을 유혹해 성관계한 뒤 이를 동영상 등으로 만들어 협박해 160억이 넘는 돈을 갈취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18일 영국 BBC,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스 골프'라고 불리는 윌라완 엠사와트(35)라는 여성이 고위 승려 10여 명과 성관계를 맺고, 3년 동안 3억8500만바트(164억원)를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태국 경찰은 위라완이 금전적 이익을 위해 고위급 승려들을 표적 삼아 연애를 시작한 뒤 이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송금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태국 경찰은 지난달 방콕의 한 유명 사찰 주지가 돌연 잠적했다는 첩보를 듣고 수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이 주지는 윌라완과 애인 관계였다.
윌라완은 자신이 임신했다고 주장하며 주지에게 양육비 등 780만바트(약 3억3400만원)를 요구했다. 하지만 주지가 이를 거절하자 윌라완은 다른 승려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주지는 라오스로 도피했다.
태국 경찰이 압수한 윌라완의 휴대전화 5대에서는 그가 여러 유명 사찰의 고승들과 함께 찍은 사진과 영상 8만 건, 그들과 성관계를 맺고 이를 이용해 협박·갈취한 사실이 담긴 수많은 채팅 기록이 발견됐다.
태국 경찰에 따르면 위라완의 은행 계좌에는 지난 3년간 3억8500만바트(약 164억원)가 입금됐고, 윌라완은 이 돈을 대부분 온라인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윌라완은 경찰 조사에서 “승려 대부분이 금품 요구에 순순히 응했고, 유혹하기도 쉬웠다”고 진술했다. 태국 경찰은 윌라완이 ‘돈을 주지 않으면 관계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으로 상당한 금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태국 경찰은 "이 사건에 연루된 주지와 원로 등 최소 9명이 승려 직에서 쫓겨났다"면서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승려를 신고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태국은 인구의 90% 이상이 불교 신자다. 일상과 문화 전반에 불교가 깊게 뿌리 내렸으며, 고승들은 왕실과도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 승려들의 계율도 한국·중국·일본보다 훨씬 강해, 승려는 철저히 독신 생활을 해야 하며 비구(
남성 승려)는 암컷 동물과도 신체 접촉을 하면 대죄(大罪)를 저지른 것으로 본다. 심지어 승려 본인의 어머니·할머니가 건네주는 음식이나 물건을 만지는 행위마저 부정하다고 간주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태국 불교의 도덕성과 권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태국 당국은 승려 30만명의 신원과 범죄 전력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품탐 웨차야차이 총리 권한대행은 이번 사건으로 타격을 받은 불교계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당국에 사찰 재정 투명성 제고 등 승려·사찰 관련 법 규정 강화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태국 국회는 '승려와의 성관계'를 불법으로 명시하는 법률 입안에 착수했으며, 태국 국왕 라마 10세는 승려 81명의 왕실 직위와 예우 경칭을 박탈하는 칙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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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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