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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로 등판한 첫날 전상현 마저도 불운과 실책이 겹치며 경기를 지켜내지 못했다.뉴스1 |
[파이낸셜뉴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잠실 원정에서 또다시 고개를 떨궜다. 17일
두산 베어스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2-4로 역전패하며 결국 스윕을 당했다. 단순한 3연패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마무리 교체’라는 극약 처방 첫날, 그토록 완벽했던 전상현마저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8회, 두산의 반격은 너무나 잔혹했다. 선발 제임스 네일이 7이닝 1실점으로 제 몫을 다하고 내려간 순간, 이범호 감독은 전상현을 마운드로 불렀다. 올 시즌 불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이자, 정해영의 이탈로 ‘새로운 수호신’으로 지목된 투수였다.
그러나 1사 1루, 첫 타자 양의지에게 허용한 좌익 선상 2루타가 불길의 시작이었다. 이어진 1사 2·3루, 고의4구로 만든 만루에서 전날 끝내기의 주인공 김인태를 맞이했다. 포크볼을 고집했지만 결과는 밀어내기 볼넷. 동점이었다.
잠시 숨을 고른 전상현은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반전의 실마리를 찾는 듯했다. 그러나 이어진 2루 견제 플레이에서 아웃 판정이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로 번복되며 흐름이 무너졌다. 결국 조수행에게
우전 2타점 적시타를 내주며 승부는 완전히 기울었다. 여기에 포수 김태군의 송구 실책까지 겹치며 추가 실점, KIA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전, “정해영은 몸은 괜찮지만 열정과 책임감이 부족하다”며 전격 2군행을 결정했다. 그리고 “8회 강타선이라면 전상현을, 9회는 집단 마무리로 간다”는 새로운 플랜을 내놨다. 그만큼 ‘전상현 카드’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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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점 볼넷을 얻어내며 이틀 연속 큰 역할을 한 김인태.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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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낸 조수행.뉴스1 |
문제는 그 믿음이 단 하루도 버티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상현은 6월 방어율 2.08, 7월 방어율 2.08, 8월에는 무실점 행진을 이어온 완벽한 불펜 자원이었다. KIA가 내세울 수 있는 마지막 카드였기에 이날 블론세이브는 단순한 패배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주중 삼성과의 3연전을 싹쓸이하며 반등의 기세를 올렸던 KIA는 주말 잠실 3연전에서 모두 역전패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았다. 특히 마무리를 교체한 첫날, 그토록 믿었던 전상현마저 무너졌다는 사실은 팀 전체에 깊은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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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정해영.뉴시스 |
이범호 감독은 경기 전 “10일 뒤 정해영의 복귀 여부는 그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고 했지만, 정작 새로운 마무리 카드가 첫 시험에서 고개를 숙이며 KIA는 더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무엇보다 ‘마무리 부재’라는 현실을 더욱 절실하게 각인시킨, 잔인한 결과였다.
#정해영 #KIA 타이거즈 #전상현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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