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부산대학교 연구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플라스틱을 현장에서 단 10분 만에 검출할 수 있는 휴대용 센서를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고가 장비와 복잡한 절차에 의존해야 했던 기존 분석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경·건강 문제 대응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대는 미생물학과 이은희 교수 연구팀이 형광 기반 측방유동분석법을 활용, 크기 200㎚(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초미세플라스틱을 신속하고 민감하게 검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고 9일 밝혔다.
초미세플라스틱은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분의 1에 불과한 1㎛(마이크로미터·1백만분의 1m) 미만 크기의 미세 조각으로, 강·바다는 물론 우리가 매일 마시는 수돗물·정수기 물·생수 등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실제로 500㎖ 생수 한 병에서 수백만 개가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제는 크기가 너무 작아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체내에 들어오면 쉽게 배출되지 않아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수억 원대 고가 장비와 복잡한 분석 과정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초미세플라스틱을 즉시 확인하기는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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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방유동분석 기반 휴대용 센서를 활용한 초미세플라스틱 현장 검출 과정 이미지. 부산대학교 제공 |
이에 연구팀은 플라스틱 표면에 잘 달라붙는 형광 물질과 초미세플라스틱을 붙잡는 역할을 하는 고분자 물질을 활용해 새로운 검출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폴리스타이렌, 저밀도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폴리염화비닐 등 주요 5종 초미세플라스틱을 최소 9.3~163.9㎍/ℓ 수준까지 검출할 수 있으며, 검출 소요 시간은 단 10분에 불과했다. 강물과 바닷물은 물론, 생수·정수기 물·차·탄산수 등 우리가 일상에서 마시는 다양한 물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 실제 환경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휴대용 형광 이미징 장치도 제작해 검출 결과를 즉시 촬영·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 곧바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실험실에만 의존하던 기존 분석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저비용·고효율의 현장 검출 기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환경 모니터링은 물론 수질 관리, 식품 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이 전망된다.
연구책임자인 이은희 부산대 교수는 “초미세플라스틱 오염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나 기존 분석법은 현장 적용성이 떨어졌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검출 기술을 제시함으로써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티리얼즈(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10월 5일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G-LAMP 사업단 및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부산대 미생물학과 장윤수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 연구책임자 이은희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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