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익숙한 체크 패턴 새롭게 해석
과감한 컬러·신선한 소재로 다양하게 변신
꽃·동물 등 자연 모티브로 한 패턴도 눈길
사실적 묘사로 강렬한 매치 아이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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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스남성 타탄체크 셔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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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고 롤업 체크 셔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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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매니플리즈 코코 체크 셔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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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론 체크 리본 포켓 윈드브레이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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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마랑 2025가을·겨울(FW) 런웨이 각사 제공 |
올 가을 패션 키워드는 '자연 모티브'와 '체크'다. 꽃·풍경·동물 등 클래식한 패턴과 친숙한 체크가 다채롭게 변주되며 가을·겨울(FW) 시즌 패션을 수놓고 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소비자의 취향을 공략하는 전략적 코드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부터 국내 대표 브랜드, 온라인 패션 플랫폼까지 전방위에서 패턴의 부활이 감지된다.
■꽃, 풍경, 동물… 자연을 입은 패션
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하늘 아래 같은 패턴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올해 가을·겨울(FW) 시즌에는 체크 패턴부터 꽃, 풍경, 동물 등 자연 모티브까지 다양한 패턴이 적용된 의류와 잡화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LF의 대표 브랜드 헤지스여성은 프랑스의 전통 패턴인 '뜨왈 드 주이(Toile de Jouy)'를 올해 가을 테마 '사보이 스위트 스테이케이션(Savoy Suites-Staycation·사보이 호텔 스위트룸 같은 럭셔리 공간에서 보내는 도심 속 휴가)'과 연결해 선보였다. 호텔 풍경과 자연 경관, 동물을 모티브로 재해석한 패턴은 단순한 그래픽을 넘어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을 담아냈다. 관련 아이템 물량은 전년 대비 150% 늘었고, 대표 상품인 '뜨왈 셔츠 원피스'는 출시 8주 만에 판매율 90%를 기록하며 완판을 앞두고 있다. 브랜드 매출 전체를 견인하는 핵심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레오나드는 플라워 프린트 강세를 더욱 강화했다. 지난해에는 기하학적 요소와 믹스해 모던함을 강조했다면, 올해는 사실적 묘사로 활짝 핀 꽃의 풍성함을 드러냈다. 차분한 다크그린 장미 패턴 드레스는 우아한 분위기를 살리며 조기 리오더에 들어갔다. 이탈리아 브랜드 포르테포르테 역시 꽃과 잠자리 같은 자연 모티브를 자수, 스팽글, 메탈릭 원사로 표현한 벨벳 자켓이 품절되며 시즌 히트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럭셔리 브랜드들이 앞다퉈 자연 패턴을 강조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자연 회귀적 감성'과도 맞닿아 있다. 팬데믹 이후 확산된 웰니스·여행 트렌드가 패션에서도 이어지며, 풍경과 생명력을 담은 패턴이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치유'와 '감성적 몰입'의 코드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체크' 친숙하지만 새로운 변주
자연 모티브와 더불어 체크 패턴의 반란도 두드러진다. 클래식 셔츠나 코트에서 보던 익숙한 패턴이 과감한 색상·사이즈 변주로 새로움을 입었다.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이자벨마랑은 올해 FW 컬렉션에서 카키·그레이 같은 톤다운 컬러부터 강렬한 레드까지 폭넓은 팔레트를 적용한 체크 아이템을 선보였다. 긴 기장의 블랭킷 코트는 시즌 초반부터 판매율 70%를 기록했고, '에뚜왈 라인'의 셔츠와 스커트는 지난 봄·여름(SS) 시즌 완판 기록에 이어 이번에도 조기 리오더가 예상된다.
국내 시장에서는 헤지스남성이 오렌지·블루가 믹스된 타탄·마드라스 체크 셔츠를 일찌감치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브랜드 관계자는 "작년보다 큰 사이즈 체크가 인기"라며 "레이어드 시 포인트가 되는 제품군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체크는 셔츠와 스커트뿐 아니라 백, 코트 등 액세서리·아우터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며 '뉴 클래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서도 입증된 패턴 열풍
무신사가 운영하는 편집숍 29CM의 데이터에서도 패턴 트렌드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9월 중순 2주간 체크 스커트 거래액은 전년 대비 138% 증가했고, 체크 바지도 95% 이상 늘었다. 체크 셔츠·블라우스는 75% 이상 증가하며 전 품목에서 수요가 폭발했다.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의 신상품도 눈에 띈다. 모노하의 체크 티어드 스커트는 은은한 광택 소재와 절개 디테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론론의 체크 리본 포켓 윈드브레이커는 리본 장식을 더해 유니크한 감성을 강조했다. 망고매니플리즈의 코코 체크 셔츠는 클래식 블루 깅엄 패턴으로 가을철 데일리룩에 제격이고, 유라고의 롤업 체크 셔츠는 간절기 시즌 가볍게 걸치기 좋은 실루엣으로 리오더에 들어갔다.
흥미로운 점은 체크와 함께 레오퍼드 패턴도 강세라는 것이다. 29CM에서 '레오퍼드' 키워드 상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배(249%) 급증했다. 럭키슈에뜨의 레오퍼드 데님 팬츠는 와이드핏과 워싱, 데미지 디테일을 더해 빈티지 무드를 완성하며 주목받고 있다.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는 '패턴의 힘'
패턴은 소재와 컬러에 따라 전혀 다른 무드를 만들어내는 '변주력'이 특징이다. 한때 단조롭고 클래식한 요소로 치부되던 체크와 자연 모티브가 올해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새로움의 매개'로 부상했다.
LF 관계자는 "이번 가을·겨울 시즌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부터 국내 대표 브랜드, 온라인 플랫폼까지 패턴이 시장 전반을 관통하며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며 "체크·플라워·레오퍼드 등 다양한 패턴 변주가 소비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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